캐나다 런던 봄날은 간다 (4) - 어느 할아버지와의 동행
5월이 되면서 담배 피다 가끔 마주친 할아버지가 있다.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 보면서 담배친구가 됐다. 그 할아버지 왼쪽 발에 무슨 연고인지 부상을 입어 깁스하고 목발 짚고 다닌다. 담배친구 하면서 캐나다에 대해 여러가지 주제로 얘기를 주고 받다 조금 친해졌다. 왕년에 공장에서도 일했고, 세일즈맨도 해봤고, 부동산 중개업으로 돈도 제법 벌었단다. 이혼 하면서 재산 날리고 어찌하다 파산했던 경험도 있단다. 담배피다 말고 갑자기
"드라이브 갈래?"
'어디'
"여기 저기"
'OK'
오늘 그 할아버지와 봄맞이 드라이브 하기로 한 날이다. 아내는 목발 짚은 할아버지가 남편 새우잡이 어선에 태우지나 않을까 걱정이 많다. ㅎㅎ...이틀 전에 가기로 했었지만 비가 와서 오늘로 연기했는데, 오늘도 날씨가 쌀쌀하니 춥다. 구름 잔뜩 껴서 금방이라도 비 올 것 같은 날씨. 반팔T 입고 나왔는데... ANYWAY 출발.
일단 Coffee부터 한잔 하잔다. 맥도날드 드라이브 쓰루로 커피 한잔씩 들고 드라이브 시작.
1차로 들른 곳은 캐나다 런던 갑부집. 한 블럭 전체가 그 갑부집 땅이란다. 정원도 멋있고 방도 10개가 넘을 만치 집이 크면서도 이쁘게 잘 지었다. 미처 사진은 찍지 못했다. 그 집 도로로 들어가서 한 바뀌 돌고 그냥 나왔다. 근데 왜 날 이리로 데리고 왔지???
다음 행선지는 기본스공원 (Gibbons Park). 자신이 살던 예전 아파트 단지앞 공원이란다. 런던에 여느 공원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자그마한 공원이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Thames River가 공원을 가로 질러 흐른다는 거... 유모차를 끄는 젊은 아기엄마들이 많다는거..
Gibbons Park를 가로 지르는 Thames River
그리고 이 공원에선 Goose가 무리지어 다니면서 사람이 다가가도 아는 척도 않하고 지네들끼리 잘 논다. 그리고 Thames River에서 놀던 Duck도 심심하면 올라와 Goose들이랑 잘 논다. 할아버지 왈 "Watch out, Gooshit" 뭔 소린가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Goose Shit' 이 널려 있다. 역시 한국사람은 영어 연음에 신경써야돼.
다시 차를 타고 시내 중심가로 이동 중에 자신이 이전에 살던 집에 잠깐 들렀다. 우편물 확인하러. 현재 사는 곳으로 5월 초 이사오기 전에 살던 집으로 가서 우체통 확인하니 우편물이 없다. 이사하기 전에 조치를 다 취해놨는데 혹시나 해서 와봤단다. 운전하면서 부동산 브로커 답게 저 집은 얼마짜리, 이집은 얼마짜리, 주변 부동산 시세를 쫙 꿰고 있다. 이 동네도 한때 부동산 바람이 불었나 보다. 예전에 자신이 사서 $800,000에 판 주택이 요즘은 $200,000 한단다.
시내 중심가의 Fancy House
다운타운 근처 빅토리아 공원 주변길을 지나며 전시된 대포를 보더니 세계2차 대전때 독일군 장갑차 애기를 한참 했다. 난 그저 Oh를 연발하며 고개만 까딱까딱.
다음 코스는 할아버지가 어릴적 놀던 Thames River 강변의 다리. 다리 위에 서서 담배 한대 피면서 자신이 어릴 적 강변에서 놀던 이야기를 전한다. 다음 코스는 자신이 어릴때 살던 마을과 집, 학교 등을 보여주며 추억을 되새긴다.
할아버지 어릴적 놀던 템즈강변 다리, 오랜된 다리라 차는 못다닌단다
다음 코스로 인적이 드문 허름한 곳으로 차를 몰고 간다. 속으로 '이거 새우잡이 어선 타러 가는건가?' 지금 가는 곳은 자신이 세일즈맨으로 일했던 회사. 기차관련 부품을 만드는 회사로 공장의 기계 및 장비 대부분은 멕시코 공장으로 이전해서 제품을 생산한단다.
공장에 있는 기계에 대해 많은 설명을 들었는데 기계,장비 쪽은 젬병이라 한국어로 들어도 이해 못했을 듯.
생산공장을 둘러 보고나서 밖에서 휴식을 취하던 직원들과 관리자 몇 명을 만나더니 나를 '친구'로 소개했더니, 그 관리자라는 사람 다짜고짜 뭔 기술이 있는지, 뭘 잘하는지 물어본다. 마치 면접시험 보는 사람마냥.. '이거 뭥미???' 새우잡이 어선은 분명 아닌데 이 공장에 날 취직시키려는 건가? ㅎㅎㅎ, 내가 잘하는 거 설명해 줬더니 그 관리자 별 관심없는 듯 들어가네...ㅎㅎㅎ
생산공장에서 나와 공항근처에 있는 그 회사의 사무실을 차로 둘러봤다. 전체적인 느낌은 나름 특화된 제품생산하는 중소기업 정도. 이왕 공항근처에 온거 런던공항과 비행기 전시장 둘러 보잖다. 비행기 전시장에 날개 부러진 비행기 전시되어 있다.
런던공항을 드라이브 쓰루해서 간 곳은 Fanshawe Golf Club. 평일인 데도 골프치는 사람들이 많은지 주차장이 거의 만땅 찼다. 차에서 잠깐내려 Club House 앞에 있는 정원에서 Thames River를 바라노는 풍경이 괜찮다. 멀리 DAM도 보이고. 강 건너편이 Fsnshawe Reseveration Area란다. 캠핑카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Fsnshawe Reseveration Area 보겠냐고 물어봐서 OK.
강건너편으로 Fsnshawe Reseveration Area로 들어서니 입구에서 예쁜 금발아가씨 요금을 내란다. 성인 1명당 $6. 할아버지 왈 "Hi, Sunshine, 내 친구 잠깐 구경시켜 주려 왔는데 요금내야 돼?... 차로 금방 둘러보고 나올텐데... 어떻게 안될까?"
'일단 요금은 내고 들어가시고 30분 내로 나오시면 요금 돌려 들릴께요'
할아버지 요금 일단 내고 "Thank you, Sunshine" 한 후 계속 직진.
캠핑장 곳곳에 많은 Camping Trailor 들이 셋팅되어 있는데 사람이 별로/거의 안보인다. 할아버지 왈 봄부터 가을까지 Camping을 할 수 있는데 대부분 이곳에 오는 사람들 5-6개월 SEASON 계약한단다. Camping 올때마다 Campling Trailor 몰고 왔다 갔다 귀찮아서 아예 5-6개월 Season 계약해서 한번 Setting 해놓고 날씨봐서, 기분봐서 수시로 와서 이용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사방에 Campling Trailor 가득한데 사람들이 없는 모양이다. 아마도 일하러 간듯...
캠핑장 앞을 흐르는 Thames River 바라보며 어릴때 아버지랑 이곳에 캠핑을 자주 왔었노라 회상에 잠긴다.
Fanshawe 보호구역을 빠져 나오며 요금소에 지불했던 $12불 다시 환급받고 할아버지 왈 "Thank you, Sunshine!"
Fanshawe 보호구역을 나와 Highbury를 따라 London East 지역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 부동산 강의 시작.
"런던 동쪽 지역은 Thames River 때문에 침수가 된 적이 있지"
'그래? 그게 언젠데?'
"1937년, 집 살 계획 있어? "
'아직 모르겠어'
"집 사더라도 London East 쪽은 나같으면 안 사'
'왜?'
"100년 마다 한 번씩 Thames River가 범람하는데 그러면 이쪽이 침수될 수도 있거든"
'에이, 그건 100년전 야그고, 이젠 댐도 있고, 관리가 잘 되는데 그럴리가...'
"아니야, 그래도 침수가능성이 있지."
'집사면 어디에 있는 집 살 껀데'
"North London"
집에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이 할아버지 나한테 뭘 보여 주려 했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 추운날씨에 좀 떨었더니 졸립고 피곤하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다시 오늘 다녀온 것이 하나 둘씩 떠 오른다.
캐나다 런던에 관광객으로 온 것이 아니라 이곳에 생활을 하려 아이들과 함께 온 건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찾아 다닌 곳 대부분은 관광지 아니면 좋은 곳, 잘 포장되어 있는 예쁜 곳 들 뿐이다. 그러나 그 곳에선 일상생활의 냄새를 맡을 수 없다. 그냥 이쁘고 멋있고 부럽고...
오늘 내가 본 것은 캐나다 런던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의 일상적인 삶이었다. 이곳에 제대로 정착하려면 이방인, 관광객으로서의 나를 조금씩 희석시켜 나가야 하는데...
어쨌든, 불편한 몸 이끌고 장시간 드라이브 시켜 준 할아버지 Thank you! 나중에 돼지불고기 한 턱 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