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교육

캐나다 런던, 세월호, 민들레 그리고 노란리본

에트바스 2014. 5. 31. 11:47

 

 

 

 

캐나다 런던, 세월호, 민들레 그리고 노란리본

 

2014/05/19 16 네이버 블로그에서 작성된 포스트를 Tistory로 이전한 것임

 

한국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킬 자신이 없어 캐나다에 왔다.

캐나다에서 영어를 배우기위해 온 것도 아니고, 보다 나은 교육을 기대해서 온 것도 아니다.

단지, 한국의 무한경쟁 교육환경에, 현재 행복해야 할 학창시절이 미래에 저당잡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현재 생활에,

아이들을 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이 보고 싶었을 뿐이다.

 

내신등급에, 논술에, 스펙까지 완벽을 요구하는 대학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이미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교육구조속에서

심지어는 국제중을 만들어 아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아이들의 계급과 미래를 결정해 버리려 한다는 생각도 했다.

국제중, 특목고, 대학입시 할 것 없이 돈이 오가고, 왠 만한 교육비리에는 내성이 생긴건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초등학교 때까지 부모가 가르키는 길로 열심히 가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접어두고 부모의 의지대로 살아온 것을 어렴풋이 느꼈는지 어느날 이렇게 묻는다 "아빠, 내가 왜 이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아이의 물음에 답을 줄 수가 없다. 몇 일을 생각해 봐도 아이에게 그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을 즐길 수가 없다. 부모는, 학교는, 우리사회는 대학 너머에 행복의 나라가 있다고 말한다. 그들 스스로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우리네 아이들은 현재 행복할 수가 없고, 즐길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일류대학에 달려있고, 미래를 위해 현재의 모든 가치있는 것들을 접어두어야 한다.

 

세월호에 있던 단원고 아이들도 대학너머 행복의 나라를 꿈구며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들은 부모의 말을, 교사의 말을, 정부의 말을 믿었던 것처럼, 세월호의 선장을 믿고, 승무원을 믿었다. 그리고 정부가, 국가가 그들을 구해주리라 믿었다. 그들은 배운대로 의연하게 선내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의 댓가는 참으로 잔인하고 참혹하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은 CARPE DIEM (현재를 잡아라) 이라는 말로 명문대학입학, 미래의 좋은 직장이라는 미명하게 현재의 학창시절 삶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해야하는 학생들에게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것을 가르치려 했다.

 

집 근처 Mother Teresa 카톨릭 고등학교가 있다. 

 

이 학교의 메인빌딩을 들어서면 SPARTACARPE DIEM 이라는 두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한편으로는 엄격한 SPARTA교육방식을, 또다른 한편으로 학생들에게 현재의 중요성과 자유정신을 가르치는 모양이다.


 

지금 5월의 캐나다 런던은 도로변과 공원 어딜가나 민들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세월호를 떠올릴때 마다 모두 노란 리본처럼 보인다.

 

 

노란색이 이렇게 슬프게 느껴진 적이 없다.